그들은 말했다.
"넌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 때문에 미친거야."
나는 대답했다.
"미친 사람들만이 생의 맛을 알 수 있어."
-야피, 라우드 알 라야힌 Yafi, Raoudh al rayahin
(책의 첫 머리에)
(시작) 먼저 말해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칠층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로자 아줌마는 육중한 몸뚱이를 오로지 두 다리로 지탱하여 매일 칠층까지 오르내려야 했다. 그녀는 유태인이라서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불평할 처지가 못 되지만, 그래도 칠층을 오르내리는 일만은 정말 힘에 부친다고 하소연하곤 했다. 그녀는 다른 일들로 심신이 괴로운데다가 건강도 별로 좋지 않았다. 또하나 미리 말해두고 싶은 것은, 그녀가 엘리베이터 하나쯤은 갖추어진 아파트에서 살 만한 자격이 있는 여자라는 점이다. -9p.
그녀는 사람이 가진 것이 없으면 없을수록 점점 더 믿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은다 아메데씨는 그런 사소한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그의 부모가 행복하기만 하다면 그 외의 것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56p.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정말로 그렇게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철학자 흉내를 내느라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63p.
나에게는 꿈인 것이 아줌마에게는 악몽이었던 것이다. 로자 아줌마는 꿈이 오래되면 악몽으로 변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우리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두 마리의 암사자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78p.
암만 생각해도 이상한 건, 인간 안에 붙박이장처럼 눈물이 내포되어 있따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원래 울게 돼 있는 것이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인간을 만드신 분은 체면 같은 게 없음이 분명하다. -94p.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희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는 박하차를 가져다주는 드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오래 산 경험에서 나온 말이란다." 하밀 할아버지는 위대한 분이었다. 다만, 주변 상황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 -97p.
나는 마약에 대해서는 침을 뱉어주고 싶을 정도로 경멸한다. 마약 주사를 맞은 녀석들은 모두 행복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하긴 오죽이나 간절했으면 주사를 맞았을까마는 그따위 생각을 가진 녀석은 정말 바보천치다. 나는 절대로 꼬임에 넘어가지 않는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몇 차례 마리화나를 피운 적은 있지만, 그래도 열 살이란 나이는 아직 어른들로부터 이것저것 배워야 할 나이다. 아무튼 나는 행복해지기보다는 그냥 이대로 사는게 더 좋다. 행복이란 놈은 요물이며, 고약한 것이기 때문에, 그놈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어차피 녀석은 내편이 아니니까 난 신경도 안쓴다. 나는 아직 정치를 잘 모르지만, 그것은 언제나 누군가에게 득이 되는 것이라고들었다. 하지만 행복에 관해서는 그 놈이 천치짓을 하지 못하게 막을 법이 필요하긴 할 것 같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주절거리는 것뿐이다.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하는건지도 모르고. 하지만 나는 행복해지자고 주사를 맞는 짓 따위는 안할거다. 빌어먹을, 나는 이제 행복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 그러다가 또 발작을 일으키면 큰일이니까. 그런데 하밀 할아버지는 내가 표현할 수 없는 것, 바로 그것을 추구해야 하고, 설명할 수 없는 것, 바로 거기에 그것이 있다고 말했다. -103~4p
뭔가를 이해하는 데 내가 워낙 젬병이라는 것을 미리 말해두어야겠다. 나는 늘 연구하느라고 시간을 다 보낸다. 하밀 할아버지 말이 맞다. 사람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한동안 어리둥절한 상태로 있을 뿐이라고 할아버지는 말했다. -115p.
법이란 지켜야할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나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118p.
"넌 그 나이에 별걸 다 아는구나.... 그럼 약속할까? 우리를 보러 올 거지?" 나는 아이스크림을 핥아먹었다. 기분이 별로였다. 그럴 때면 맛있는 것이 더욱 맛있어졌다. 여러 번 그런 적이 있었다. 죽고 싶어질 때는 초콜릿이 다른 때보다 더 맛있다. -142p.
그녀는 유태인 대학살 전인 열다섯 살 적 사진을 한 장 가지고 있었는데, 그 사진의 주인공이 오늘날의 로자 아줌마가 되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로자 아줌마가 열다섯살의 사진 속 주인공이었다는 사실 역시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열다섯 살 때의 로자 아줌마는 아름다운 다갈색 머리를 하고 마치 앞날이 행복하기만 하리라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열다섯 살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를 비교하다보면 속이 상해서 배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생이 그녀를 파괴한 것이다. 나는 수차례 거울 앞에 서서 생이 나를 짓밟고 지나가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를 상상했다. -152p.
"여든다섯살에 뭐가 무서워서 결혼을 못하세요?"
"우리가 결혼해서 뭘 어쩌겠니?"
"고통을 서로 나눠가질 수 있잖아요. 젠장, 다들 그러려고 결혼을 하는 거래요."
"나는 결혼 하기에는 너무 늙었단다."
하밀 할아버지는 다른 일은 뭐든 다 할 수 있지만 결혼을 하기에만은 늙었다는 듯이 말했다. -159p.
그는 로자 아줌마에게 자기가 프랑스 철도를 위해 평생 공헌한 일들을 매우사무적인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상태가 매우 악화된 늙은 유태인 여자에게는 무척 부담이 되는 얘기여서 그녀는 점점 더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둘 다 두려워하고 있었다. 조물주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잘 만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조물주는 아무에게나 무슨 일이든 일어나게 하는가 하면,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기도 한다. 꽃이며 새를 만들기도 하지만 이젠 칠층에서 내려가지도 못하는 유태인 노파를 만들기도하는 것이다. 나는 샤르메트 씨가 불쌍했다. 사회보장제도에서 나오는 연금이 있다 해도 그 역시 돈 없고 찾아오는 사람 없는 노인이었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인데 말이다.
노인들이 결국 죽게되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고, 나는 자연의 이치라는 것을 그다지 좋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168p.
그녀는 종교의식에 따라 묻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나는 처음에는 그녀가 하느님이 두려운 나머지 종교의식 없이 매장됨으로써 하느님을 벗어나려는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게 아니었다. 그녀는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미 때가 너무 늦었고,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므로, 이제 신이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러 올 필요는 없다고 아줌마는 말했다. 정신이 맑을 때 로자 아줌마는 말하곤 했다. 완벽하게 죽고 싶다고. 죽은 다음에 또 가야 할 길이 남은 그런 죽음이 아닌. -172p
"언젠가는 저도 불쌍한 사람들(le miserable)에 관한 이야기를 쓸 거에요, 할아버지. 좀 있다가 할아버지 집까지 모셔다드릴 사람은 있나요?"
"인샬라. 누군가 분명 있을 게다. 난 신을 믿는다."
신 얘기는 이제 지겨웠다. 신은 언제나 남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니까. -177p.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하밀 할아버지는 이미 당신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
"하밀 할아버지, 하밀 할아버지!"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178p.
나는 그와 함께 한동안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고, 그것은 프랑스의 것이 아니었다. 하밀 할아버지가 종종 말하기를, 시간은 낙타 대상들과 함께 사막에서부터 느리게 오는 것이며, 영원을 운반하고 있기 때문에 바쁠 일이 없다고 했다. 매일 조금씩 시간을 도둑질당하고 있는 노파의 얼굴에서 시간을 발견하는 것보다는 이런 이야기 속에서 시간을 말하는 것이 훨씬 아름다웠다. 시간에 관해 내 생각을 굳이 말하자면 이렇다. 시간을 찾으려면 시간을 도둑맞은 쪽이 아니라 도둑질한 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178p.
그는 한 손을 내 어깨에 얹은 채 가만히 있었다. 그가 나의 아버지가 되어 모든 일을 처리해줄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리고 내게 제일 좋은 방법은 현실이 아닌 곳에서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직 제정신이었을 때 하밀 할아버지는 언제나 내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것은 시인들이라고 했었는데, 나는 그가 나를 빅토르라고 불렀던 것이 갑자기 떠올라 웃음이 났다. -183p.
"모모야, 그들은 나를 억지로 살려놓으려 할 거다. 병원이란 데가 원래 늘 그 모양이야. 법이 그러니까. 나는 필요 이상 살고 싶지는 않다. 이제 더 살 필요가 없어. 아무리 유태인이라도 한계까 있는 거야. 그들은 나를 죽지 않게 하려고 온갖 학대를 다 할거다. 그러려고 만든 의사협회ㅏ는 것도 있단다. 그들은 끝까지 괴롭히면서 죽을 권리조차 주지 않을 거야. 그것이 그들의 특권이니까. ... " -206p.
나는 그녀의 발치에 있는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서, 그녀가 나를 지키기 위해 해준 일들에 감사하며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우리가 세상에서 가진 것이라고는 우리 둘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은 지켜야 했다. 아주 못생긴 사람과 살다보면 그가 못생겼기 때문에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정말로 못생긴 사람들은 무언가 결핍 상태에 있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장점이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로자 아줌마는 그렇게 못생긴 것도 아니었다. -232p.
여러분도 알겠지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나도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죽을 맛이었다. 이건 아닌데, 생이 이런 건 아닌데, 내 오랜 경험에 비춰보건대 결코 아닌데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뇌리를 스쳐갔다. 사람들은 말없이 하나둘 줄을 지어 밖으로 나갔다.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있는 법이다. -236p.
내가 그렇게 관심의 대상이 된 것도 누군가가 내 목소리를 녹음한 것도 처음있는 일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인질로 붙잡아 죽이는 것 말고는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었다. 아아, 세상에는 관심을 끌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산과 바다로 동시에 바캉스를 갈 수 없어서 한군데를 선택해야 하듯이 사람들도 그렇게 선택당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관심을 끌지 못하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한다. 사람들은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고, 수백만 명의 희생자를 낸 나치나 베트남 전쟁처럼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엘리베이터도 없는 칠층에 사는, 과거에 너무 고통스럽게 살았기 때문에 지금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닌 유태인 노파 같은 건 누구의 관심사도 될 수 없다. 그런 사람이 관심을 끌 일은 없다, 절대로.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수백만 이상의 수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그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만큼 중요하지 않은 일이니까... -250p.
몽마르트르를 지나가자면 주변에 섹스숍이 즐비했는데, 그곳도 미성년자 금지구역이었다. 나는 그런 것들 도움 없이도 내가 원할 때 언제나 용두질을 할 수 있었다. 그곳은 혼자서는 그것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한 곳이다.
엄마는 중절수술을 받지 못했는데, 그땐 그것이 계획적인 살인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자 아줌마는 그 얘기를 늘 입에 달고 살았다. 그녀는 교육도 받고 학교도 다녔다고 했다.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더이상 기웃거리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내게는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로자 아줌마 곁에 앉아 있고 싶다는 것. 적어도 그녀와 나는 같은 부류의, 똥 같은 사람들이었으니까. -256p.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태인들이 자기네끼리 서로 밀고하기 시작한다면 나로서는 끼어들 생각이 없다. 유태인이라면 이젠 정말 지긋지긋하다. 그들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병원에서는 나를 조용히 죽게 놔두지 않을 거야."
나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적어도 그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259p.
"내가?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했다구?"
"열네 살인데, 왜 열 살이라고 하셨냐구요."
믿기 어렵겠지만, 정말로 그녀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네가 내 곁을 떠날까봐 겁이 났단다, 모모야. 그래서 네 나이를 좀 줄였어. 너는 언제나 내 귀여운 아이였단다. 다른 애는 그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네 나이를 세어보니 겁이 났어. 네가 너무 빨리 큰 애가 되는 게 싫었던거야. 미안하구나."
나는 와락 그녀를 끌어안았다. 한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잡고, 한 팔로는 마치 여자를 안듯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얼마 후 롤라 아줌마가 자움씨네 맏형과 함께 왔다. -261p.
우리가 층계로 나섰을 때는 벌써 밤 열한시였다. 나는 로자 아줌마가 그곳에 가려고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유태인 동굴까지 죽으러 갈 기운이 남아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유태인 동굴이 필요하다고 믿지도 않았다. 로자 아줌마가 왜 그곳에 생필품을 갖다놓고 이따금 내려가서 의자에 앉아 둘러보며 안도하곤 했는지 알지 못했었다. 그런데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충분한 경험을 쌓을 만큼 오래살지 못했던 것이다. 이 말을 하고 있는 지금도, 경험에 대해 떠벌려봐야 소용없고 여전히 배워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296p.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계속 그녀가 그리울 것이다. 하지만 이 집 아이들이 조르니 당분간은 함께 있고 싶다. 나딘 아줌마는 내게 세상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라몽 의사 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내가 있던 곳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필요로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 한다. (끝) -311p.
로맹가리 연보
1961(47세) "그 시절은 내 청춘의 마지막 나날들이었다. 나는 더이상 내 본성과 삶을 향한 사랑과 야망을 낭비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말로 외교관 생활을 회고하며 외무부에 사표를 낸다.
..
1980(66세) 연(Les Cerfs-volants) 발표. 12월 2일 오후, 몇 달 동안 집필을 중단해오던 그는 입안에 권총을 넣고 방아쇠를 당겨 생을 마감했다. 죽기 다섯 달 전, 그는 친구 마탱에게 이렇게 술회했다. "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무명이었을 뿐이네."
1981. 그가 유서처럼 남긴 글이 그가 죽은지 6개월 후에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Vie et Mort d'Emile Ajar)>이란 소책자로 출간되었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 자신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 로맹가리는 <에밀아자르의 삶과 죽음>을 출판할 방법에 대해 원고 첫머리에 지침을 적어놓았다.
"로베르 갈리마르와 조르주 키에주만
이 글의 발표 시기는 나의 아들의 동의하에 로베르와 클로드 갈리마르가 정해주시기 바랍니다.
1980년 11월 30일 로맹 가리"
+ 슬픈 결말로도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조경란(소설가)
+ 사랑해야 한다, 최은영(소설가)
... 그들의 삶은 세상의 시선으로 보면 완전히 실패하여 동정조차 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사랑받을 수 있고, 다치고 아파도 두려움 대신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연연하고 비판받는 것이 두려워 안전한 선택만 하는 우리에게 모모와 로자 아줌마의 사랑은 그래서 아름답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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